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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국민일보 / [청년기고]아동학대, 보이는 상처보다 마음의 상처가 더 큽니다

  • · 작성자|서울동남권아동보호전문기관
  • · 등록일|2018-08-21
  • · 조회수|689
  • · 기간|2019-04-30

안녕하십니까, 서울동남권아동보호전문기관입니다.

04월 18일(수), 국민일보를 통해 석효정 서울동남권아동보호전문기관 임상심리사의 아동학대 관련 기고가 게재 되었습니다.

 

[청년기고] 아동학대, 보이는 상처보다 마음의 상처가 더 큽니다
 
석효정 서울동남권아동보호전문기관 임상심리사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던 지난 겨울, 기관 상담실에서 만난 민정이(가명)는 필자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선생님, 그냥 평범한 집에서 살고 싶어요.’라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민정이는 주말이나 방학을 기다리는 다른 친구들과 달리 금요일이 되거나 방학이 다가오면 불안하고 우울해졌다. 방에 혼자 있을 때 느꼈던 심장이 쪼여오는 느낌, 자살충동을 느꼈던 그 집에서의 두려움과 공포는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심각한 고통이었다. 버려짐에 대한 불안과 자괴감이 아이를 절망의 끝으로 몰고 갔다. ‘전 쓸모 없어요’, ‘태어나지 말걸 그랬어요’라며 한없이 자신의 존재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아이의 마음은 아이를 죽음의 문턱으로 이끌기에 충분했다. 민정이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엄마는 매일 수치감을 주는 표현과 욕설을 일삼았고, 머리채를 잡고 현관으로 끌고 가 혼내기도 했지만 엄마의 분은 풀리지 않았다. 혼날 때 두려움에 떨고 있는 작은 목소리와 경련이 일어난 얼굴까지도 혼나야하는 이유로 몰아갔다.
민정이의 엄마는 자신의 사랑스러운 아이를 왜 고통스럽게 했을까? 민정이의 엄마가 기대했던 엄마로서의 역할은 무엇이었을까? 아이를 힘들게 하면서 까지 자신이 채우고 싶었던 욕구가 무엇이었을까? 하는 여러 궁금증이 생겨났고 얼어붙은 아이의 마음을 녹여내기 위해 심리치료와 상담이 진행되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에 대해 관리하거나 아동학대예방을 위해 사회복지사와 상담·심리치료사가 함께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학대상황에 대한 판단에 관여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게 하는 업무는 학대피해아동이 재학대를 받지 않고 안전하게 보호받으며 지낼 수 있도록 개입하는 사례관리이다. ‘무엇 때문에’ 시작되었고 ‘어떻게’ 진행되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발판으로 ‘그들에게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돕는 사람들이 모인 곳. 그리고 그 일들을 감당해내는 것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역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2016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를 보면 2016년에 아동학대로 판단된 18,700건을 대상으로 부모에 의해 발생한 경우는 80.5%에 해당하는 15,048건으로 나타났다. 아동학대 사례 10건 중 약 8건 정도가 부모에 의해 발생되었음을 알 수 있다. 부모에 의해 발생한 사례 중 친부 8,295건(44.4%), 친모 5,923건(31.7%), 계부와 계모는 각각 394건(2.1%), 362건(1.9%)순으로 나타났다.

기관을 방문하는 학대행위자인 부모 대부분은 ‘부부나 다른 가족은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이 아이가 문제인거죠’라며 부모로써 자신들에게 결함이 없는 것처럼 보고한다. 하지만 상담 회기가 흐를수록 원 가족에서 지녀온 상처가 현재 가족에게서 발견되는 불편한 패턴이 반복됨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또한 부부 간의 갈등이 해결되지 못한 채 긴 시간 지내오면서 상대적 약자인 아이들에게 모든 불편한 감정들을 흘려보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민정이와 같은 학대피해아동들에 대한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 및 심리 치료적 개입은 단순히 아동개별치료 뿐만 아니라 행위자 및 가족을 대상으로 심리상담 및 양육기술교육, 가족기능강화 프로그램 등 다양한 서비스개입이 함께 이루어진다. 학대피해아동들의 치료는 장기적인 개입이 이루어져야하지만 현재 아동보호전문기관 당 심리치료 전문 인력은 대부분 1명으로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다.

애착이 손상된 피해아동들과 학대행위자들의 경우, 장기적인 치료개입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응급처치 정도의 치료적 개입 이후 지역 내 타 기관을 연계한다. 실질적으로 치료개입은 안전한 라포를 형성한 치료자가 치료과정을 살피면서 관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또한 상담 및 치료를 통한 변화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전문상담원을 통한 모니터링과 사례개입이 함께 병행되었을 때 재학대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현 정부 아동학대 주요대책은 아동학대 조기발견이었다. 예방과 조기발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학대가 발생한 이후 학대가 재발되지 않도록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하는 것인데 현재 수준에서 감당하기에는 인력과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발견 이후 아동과 가족, 그리고 행위자에 대한 지원과 상담 등 통합적 접근과 전문성이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여 아동들이 학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제반 인프라를 확대하여야 할 것이다. 더불어 아동학대 실천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려면 공공성이 확보되어야 할 것이며 지금까지 학대피해아동들을 위해 밤낮없이 뛰어왔던 민간 전문기관의 전문성과 노하우가 지속 발휘될 수 있도록 아동보호체계 시스템을 재정비하여야 할 것이다.
 
○ 제 목 :[청년기고]아동학대, 보이는 상처보다 마음의 상처가 더 큽니다

○ 매 체 : 국민일보

○ 일 시 : 2018.04.18(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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